서울시 ‘IL센터’ 53곳 설치
자기결정권 갖고 독립적 삶
탈시설·활동·주거·이동 등
작년 13만여명 ‘자립’ 지원
아버지와 단둘이 월셋집에서 살던 안승훈씨(35·가명)는 2019년 3월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혼자가 됐다. 안씨 어머니는 2015년 사망했다. 안씨는 뇌전증장애인이다. 돌봄 없이는 자립생활이 힘든 안씨에게 시설 입소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러나 안씨는 현재 아버지와 살던 집에서 그림 그리기 등 작품활동을 하며 ‘재가 장애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는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양천IL센터)의 뒷받침이 있었다.
IL(Independent Living)센터는 장애인이 자기결정권을 갖고 독립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다. 부모의 사망, 고령, 질병 등으로 가정에서 시설에 들어갈 위기에 처한 장애인들이 시설에 가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IL센터의 역할이다. 탈시설한 장애인의 정착 지원, 활동보조 지원도 한다.
안씨는 어머니 사망 후 친척의 소개로 양천IL센터와 인연을 맺었다. IL센터는 안씨가 아버지의 사망으로 혼자가 되자 장례를 맡았다. 아버지의 사망 후 남겨진 2건의 채무도 법률구조공단 연계사업을 통해 해결해줬다. 양씨는 기초생활수급권 획득 절차도 센터의 도움을 받았다.
35세 뇌전증장애인 사례
부모 사망 후 장례·채무 해결
건강관리·기초생활 등 도와
시설입소 않고 작품활동까지
문제는 안씨가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추석 안씨는 뇌전증 발작을 일으켰다. 센터 담당자가 연락이 되지 않자 집을 방문해 쓰러져 있는 안씨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겨 위기를 넘겼다. 이후 친척들은 안씨를 시설에 보내려 했지만 센터가 건강관리 등 자립생활 지원을 약속하고 시설 입소를 막았다.
현재 서울에는 총 53곳의 IL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IL센터 3곳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이는 서울시가 2018년 10월 ‘장애인자립생활지원 5개년 계획’에서 정한 2022년까지 총 45곳의 IL센터 설치 목표를 초과한 것이다.
지난해에만 장애인 13만6305명이 IL센터를 통해 장애인 권익옹호사업, 동료상담, 활동보조, 주거·이동서비스 등 3만3644회의 자립생활 프로그램을 제공받았다. 전체 IL센터 직원의 44.5%(377명)는 장애인이다.
김범준 양천IL센터 소장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성인이 되면 스스로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야 하고, 장애로 인해 스스로 하기 어려운 것들을 보조해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양천구는 IL센터에 매년 별도로 구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는 재가 장애인, 탈시설 장애인 모두 온전히 사회에서 홀로서기 할 수 있도록 IL센터 지원을 계속 해나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IL센터 설치는 이미 목표치를 초과했지만 올해 3곳을 추가로 설치해 더 많은 재가 장애인과 탈시설 장애인들이 고루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